본문 바로가기
  • PROTECT ME FROM WHAT I WANT
문화생활(공연,전시,영화, 책 )/책

[책소개]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레이먼드 챈들러, 빅슬립 비교)

by 55도 2024. 3. 22.
반응형

* 그 누구도 케인처럼 해내지 못했다. 헤밍웨이도, 심지어 레이먼드 챈들러도 -톰 울프(소설가)

 

민음사에서 번역한 제임스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를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잘 알려진 소설인데, 본격적인 느와르 소설 장르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존주의의 대표작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 만큼 깊이가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톰 울프의 이야기처럼 느와르 소설로 잘 알려진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 깊었습니다. 


<포스트맨, 줄거리 요약> 민음사판 참고. 


오갈 데 없는 떠돌이 프랭크는 빈털터리인 채 고속도로 변의 작은 간이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한다. 주인 남자 닉은 일손이 필요하다며 그에게 함께 일하자고 한다. 망설이던 프랭크는 젊고 매력적인 안주인 코라를 보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 프랭크와 코라는 닉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긴다. 코라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닉과 애정 없는 결혼을 한 것을 후회하며 따분한 생활을 지겨워하던 차였던 것이다. 둘은 아무 방해를 받지 않는 그들만의 삶을 위해 닉을 없애 버릴 계획을 짠다. 

 

<빅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한편 <빅슬립>은 탐정 말로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챈들러는 인물의 성격을 잘 담은 대화문을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보단 좀 못했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에 익숙해져서일까요. 원칙을 지키며 사는 모습이나, 재기발랄한 농담, 위기때도 흔들림없는 모습도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꼬이고 꼬인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고, 러스티 리건과 해리 존스의 예상치 못한 인간성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비교하자면, <포스트맨>의 인물들이 훨씬 덜 전형적으로 느껴졌고 매력적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시대와 인간의 감정을 짚어내는 감각이 생생하고, 살인부터 마지막 사건까지 오로지 하나의 길만 보일 정도로 정합성 있게 짜여있습니다.

 

섬세하고 복잡한 사랑에 빠진 마음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묘한 낭만적인 정서가 드러나면서도 끔찍하고 비정한 현실을 건조하게 감정 없이 써내려갑니다. 인상적인 소설입니다. 

 

 

 

*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인상적인 내용 발췌.

 

"그러니까 비긴 거지, 안 그래?"
"비겼어. 하지만 지금 우릴 봐. 우린 산꼭대기에 있었어. 아주 높은 곳에 올라 있었어, 프랭크. 그곳에서, 그날 밤, 우린 모든 걸 가졌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몰랐어. ()우린 세상에 있는 그 어떤 두 사람보다 더 많은 걸 갖고 있었어. 그런 다음 무너져 내렸어. 처음엔 당신이, 그리고 그런 다음엔 내가 말이야. 그래, 비겼어. 우리 가 이곳 바닥에 함께 있으니. 하지만 더 이상 높이 오르지 못해. 우리의 아름다운 산은 사라졌어."

그런 사랑을 모두 가졌는데 그냥 그 밑에서 부서져 내렸지. 커다란 비행기 엔진이 하늘을 가로질러 산꼭대기까지 데려다 주지. 하지만 당신이 그 엔진을 포드 자동차 안에 넣자 그냥 흔들려 산산조각 났어

그녀의 옷을 모두 찢어 버렸다. 그녀가 몸을 꼬았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옷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런 다음 그녀는 눈을 감았고 베개를 베고 누웠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뱀처럼 곱슬거리며 어깨 너머로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은 멍들었고, 가슴은 들어 올려져 나 아닌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부드러웠다. 두 개의 커다란 분홍색 반점처럼 퍼져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 모든 매춘부의 어머니 같았다. 그날 밤 악마는 제 값어치를 했다.

당신이 날 죽일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프랭크, 나도 똑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어. 당신이 날 어떻게 죽일 수 있을까를. 수영하다가 날 죽일 수 있어. 지난번에 했던 것처럼 멀리 나가. 내가 돌아오길 원하지 않으면, 내가 그러지 못하게 하면 돼. 결코 아무도 모를 거야. 해변에서 벌어지는 그저 그런 일이야. 내일 아침에 우리 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