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에서 나온 숄로호프 단편선을 읽었습니다. 숄로호프는 1965년 노벨상을 수상한 러시아 작가입니다.
<목차>
인간의 운명• 배냇점•목동•식량위원회 위원• 시발로크의 씨• 일류하• 알료시카의 심장•공화국 혁명군사회의 의장• 망아지• 소용돌이• 콜차크, 엉겅퀴에 대하여 • 타인의 피 처자식이 있는 남자• 하늘색 초원
상당히 많은 소설이 실려 있는데 불과 5페이지 내외의 단편소설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다지 두꺼운 책은 아닙니다. 일부 소설은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대동소이한 내용이라 조금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소설은 러시아 혁명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많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편소설의 기법이나 실험성도 함께 갖춰 문학적 성취를 이루면서, 동시에 얼마나 위대한 희생과 냉철한 마음가짐으로 혁명이 이루어졌는지 잘 보여줍니다. (물론 그 혁명이 어떻게 변질되고 독재화되고 쇠락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혁명을 바라보는 작가의 기대 역시 소설의 많은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다양한 소재가 담겨 있지만,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러시아인의 자부심, 전쟁고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사랑, 때로는 천륜(가족)을 끊어내야하는 고통이 필요한 혁명의 과정에 대한 소재가 주를 이룹니다.
인상적이었던 소설 몇 편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1.인간의 운명 : 전쟁과 가족의 강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안의 보편성으로 끝을 맺습니다. 전반적으로 부모 자식 간에 독특한 관점이 들어 있고, 세대 차이에 대한 극복에 대한 의지가 있습니다. 전체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고, 기회가 된다면 숄로호프 단편선 중 이 단편만 읽어봐도 될 정도로 밀도가 높습니다.
2. 알료하의 심장: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에 대한 사실적인 대조가 통렬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구해준다는 결론은 의문입니다.
3. 콜자크, 엉겅퀴에 대하여 : 남녀평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유명한 전투 중 하나인 레닌그라드 공성전에 여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에 기인한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발췌 인용>
타인의 피 처자식이 있는 남자
마치 마지못해 돌아오는 것처럼, 생명은 소년에게 천천히 돌아왔다. 또 한 달이 지나서야 소년은 간신히 베개에서 머리를 들어 올렸다. 등에는 욕창이 생겼다. 날이 갈수록, 가브릴라는 새 표트르에게 혈육처럼 애착을 느꼈고, 마치 농가의 운모 창문에 비친 석양의 반사광처럼 친아들의 모습이 아물거리고 희미해지는 걸 두렵게 느꼈다. 예전의 우수와 아픔을 되돌리려고 노력했지만, 이전의 것들은 더욱더 멀리 사라져 갔다. 그래서 가브릴라는 부끄럽고 거북했다. 가브릴라는 축사에 가서 몇 시간씩 일을 했지만, 늙은 아내가 표트르의 침대 곁에 계속 앉아 있다고 생각하면 질투심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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