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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치누아 아베체

by 55도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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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베체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었습니다. 치누아 아베체는 2007년 부커상 수상 작가로 위 소설은 치누아 아체베 대표작입니다. 

 

<개요>

 

원제 : Things Fall Apart
지은이 : 치누아 아체베 (Chinua Achebe)
옮긴이 : 조규형
출판사 : 민음사
발행일 : 2008년 2월 22일
ISBN : 978-89-374-6171-2
페이지 수 : 280쪽

 

 

<감상기>

 

19세기 중후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삶을 속속들이 복원해 낸 소설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한 사회를 다시 그려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정교하고 생동감 넘쳐서 서글프기도 하고 벅찬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문화나 관습, 농담과 사고방식을 소상히 알 수 있었고, 덕분에 시대와 지역을 너머 감정이 풍부하게 전달됐습니다.

 

약 280쪽의 분량이지만 2~3일 정도 천천히 읽으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문화에 스며들 수 있다는 점도 문학작품의 좋은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우무오피아 마을의 오콩코입니다. 그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참지 못했" 던  인물로, 유약한 아버지를 극복한 자수성가의 전형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표현이 재밌습니다. 

 

죽은 사람의 입에서는 생전에 가진 것을 다 먹지 못한 후회가 엿보인다고 항상 말하는 아버지였다. 

"한 묶음이 한 사람에게 진 빚을 표시하고, 한 줄은 백 조가비네. 보다시피, 저 사람한텐 천 조가비 빚이 있다네.
그런데도 아침에 나를 찾아와 빚을 갚으라고 깨우지는 않았네. 어르신들 말씀이, 해는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보다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먼저 비친다고 하지 않는가. 난 큰 빚부터 먼저 갚아 나갈 것이네." 그리고 마치 이로써 큰 빚을 먼저 깊은 양, 담배를 한 번 더 킁킁거렸다. 오코에는 가죽 깔판을 둘둘 말아 자리를 떴다.

 

 

 

전반부에는 오콩코의 인물묘사와 일대기가 주를 이룹니다. 오콩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소설은 보편성을 획득합니다. 어느 사회에나 있을 법한 입체적인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오콩코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건한 인물이지만 전통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체제순응적인 인물입니다. 동기는 부족에 대한 자부심과 부족의 일원으로서의 명예로 보입니다. 

 

동시에 작가는 원주민들의 관습, 신앙, 농당 등의 문화를 상세히 그려내면서 시대의 특수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무당이나 오구구 행사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서 신앙의 배타성, 원시성, 잔인함 등이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분량은 적지만, 백인들이 어떻게 원시 사회에 영향을 주는지 보여줍니다. 깊이 보면 식민주의와 기독사상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졌는지도 보입니다. 부당한 관습에 의해 소외받고 멸시받던 이들을 감싸 안는 사상이 결과적으로는 원시 사회를 분열시킵니다. 기독사상의 흑백논리에 의해 결국은 커다란 싸움이 일어나 결국 군대나 경찰이 동원되고 기득권이 궤멸되며 사회는 붕괴합니다. 작가는 이 아이러니한 과정을 잘 묘사하지만, 기회주의자인 '전령'의 행동을 끼워 넣음으로 서 급진적인 비판까지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살피지 못한 이 소설의 여러 미덕과 한계가 있겠지만, 이제 사라진 문화를 이토록 생생하게 복원해 낸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오콩코가 말했다. "어떻게 고맙다 해야 할지 모르겠네."
"말해 줄 수 있지." 오비에리카가 말했다. "아들 하나를 내게 제물로 바치게나."
"그걸로 충분치 않을 것이네."
"그럼 자넬 바치게나."
"용서하게나." 오콩코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고맙다고 더 이상 말하지 않겠네 그려."

모든것이산산히부서지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죽이지 말게. () "한번은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먹이를 가져오라 심부름을 시켰지. 딸이 가서, 오리 새끼를 가지고 돌아왔네. "잘했다." 어머니 솔개가 딸에게 말했지. "그런데, 네가 내려가 새끼를 낚아채자 어미 오리가 뭐라 말하더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걸어가던데요." 어린 솔개가 말했지. 그러자 "오리 새끼를 돌려주어야겠다. 그런 침묵 뒤엔 불길한 뭔가가 있지."라고 어머니 솔개가 말했지. 그래서 딸 솔개는 오리 새끼를 돌려주고 대신 병아리를 가져왔지. "병아리 어머니가 어떻게 하더냐?"라고 어머니 솔개가 물었다. "울고 소리를 지르며 내게 욕을 했어요.라고 아이 솔개가 대답했지. "그렇다면 병아리를 먹어도 되겠구나."라고 어머니가 말했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무서울 게 전혀 없지." 아바메 남자들은 바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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