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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 인생의 이야기, 그리고 영화 컨택트

by 55도 2023.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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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와 영화 컨택트(2017, 드뇌 빌뇌브). 왓챠, 티빙 추천

목차
1. 저자 소개 및 개요
2. 소설 목록 및 감상기
3. 영화 "컨택트"(드뇌 빌뇌브)와 "네 인생의 이야기"
4. 인상적이었던 문장들 (그리고 한나 아렌트)

 

 

1. 저자 소개 및 개요

 

  테드 창 작가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아주 유명한 책이지만 평소에 SF소설을 즐겨 읽지 않다 보니 접할 기회가 없었다가 최근에야 읽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왜 이 책에 열광하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테드 창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하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운 과학이나 수학의 이론들을 적극적으로 소재로 활용합니다. 소재는 주제와 촘촘하게 잘 결합되어 있고, 작가의 상상력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거기에 철학적인 깊이를 더해, 많은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2. 소설 목록 및 감상기

 

<목록>

-바빌론
-이해
-영으로 나누면
-네 인생의 이야기
-일흔두 글자
-인류 과학의 진화
-지옥은 신의 부재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인상 깊었던 소설은 이해,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네 인생의 이야기까지  3편입니다. 

 

  "이해"는 특정 약품으로 지능이 상승한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과학적 발견/발명이 목적한 바에 따라 이뤄지지 않는 우연의 결과라는 '한나 아렌트'의 철학적 발견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지능이 높아지면 단지 머리가 좋아지는 게 아니라, 신체의 협응력, 관찰력 등이 극단적으로 발달하는 과학적 근거들이 상세하게 묘사됩니다. 묘사 자체도 상당히 재밌지만 꽤 현실적인 "고지능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작가의 상상이 빛을 발합니다. 추리소설의 장르도 적절히 활용해서 끝까지 흥미진진합니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는 외모에 대한 평가를 억제하는 '칼리'라는 기술의 도입을 둘러싼 각계각층의 의견을 인터뷰 형식으로 나열한 형식의 소설입니다. 형식도 신선하지만 다채로운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입장에 입각한 의견들을 제시하는 과정이 생생합니다. 

 

  "네 인생의 이야기" 역시 외계인의 세계관을 과학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세계관을 풀어내는데 치중하지 않고 같은 비중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작가의 역량이 인상적입니다. 

 

영화컨택트-에이미아담스

 

3. 영화 "컨택트"(드뇌 빌뇌브)와 "네 인생의 이야기"

 

  드뇌 빌뇌브 감독만큼 시치미 딱 떼고 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플래시백의 향연이었던 "그을린 사랑"이 생각납니다. 플래시백을 아주 적절히 활용한 덕분에 '네 인생의 이야기'의 따뜻한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영화는 강렬한 충격을 남깁니다.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연기한 캐릭터도 여러모로 좋습니다.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나아간달까. 물론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나 특수효과 없이도 긴장감은 충분합니다. 표면상 주제는 사회적으로는 불필요한 경쟁을 멈추고, 개인적으로는 현재를 기쁘게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소설 공히 묵직해지는 지점은 죽음에 대한 태도입니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삶의 의미를 끝내 포기하지 않은 특별한 몇몇에게만 의미가 '간신히' 드러남을 영화는 실감케 합니다. 

 

  '방호복'을 벗고 '상대가 원하는' 의사소통의 방식으로 '천천히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그런 행동은 우리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간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삶의 끝을 안다면 인생을 바꾸겠습니까,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질문이지만 이 영화의 맥락에서는 몇 번이고 되묻게 됩니다. 

 

 

4. 인상적이었던 문장들 (그리고 한나 아렌트)

<바빌론>
아무리 오랫동안 여행을 해도 인간은 결국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십 세기에 걸쳐 역사한다고 해도 인간은 천지창조에 관해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 이상의 것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통해, 인간은 야훼의 업적에 깃든 상상을 초월한 예술성을 일별하고, 이 세계가 얼마나 절묘하게 건설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이 세계를 통해 야훼의 업적은 밝혀지고, 그와 동시에 숨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영으로 나누면>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학의 명제가 현실에 관한 어떤 설명을 제공하는 한 그것은 불확실하며, 명제가 확실 하다면 그것은 현실을 묘사하고 있지 않다."


  두 문장은 모두 근대의 인간은 "왜" 라는 질문을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변경하여 대답한다는 한나 아렌트의 사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철학적으로도 잘 풀어낸 소설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참고로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말합니다. 

 과학자는 실험하기 위해 가설을 세운 다음, 이 실험을 이용하여 그 가설을 검증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들이 가설적 자연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계를 창조하는 능력을 증대시킬지 모르지만, 이 인공 현실은 불행히도 인간을 한 번 더 정신의 감옥 속으로, 즉 자신이 만든 구체적 한계 속으로 몰아넣는다. 감각적으로 주어진 세계가 사라짐으로써 초월적 세계도 사라졌으며, 동시에 물질적 세계를 개념과 사유를 통해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사라졌다.

 

 

네 인상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네 인생의 이야기>

네 인생의 이 단계에서 네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어. 내가 너에게 젖을 먹이기 전까지 네 안에는 과거의 만족감에 관한 기억도, 미래의 충족에 대한 기대감도 존재하지 않아. 그러다 젖을 빨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역전되겠지. 너는 세상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느끼지 않게 돼. 네가 지각하는 유일한 순간은 오로지 지금 뿐이야. 너는 현재 시제 속에서만 살아. 여러 의미에서 실로 부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지.

그러면 너는 책장을 손으로 누르고 나를 제지하지. "원래대로 읽어 줘, 엄마!"
"난 여기 나와 있는 대로 읽고 있는데?" 나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 로 말하지.
"아냐. 엄마가 한 얘기는 진짜 얘기하고 달라."
"벌써 무슨 얘긴지 알고 있는데 왜 나더러 읽어달라는 거야?"
"얘기를 듣고 싶으니까!"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용 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 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이런 의문들이 내 머리에 떠오를 때, 네 아버지가 내게 이렇게 물어.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러면 나는 미소 짓고 "응"이라고 대답하 지. 나는 내 허리를 두른 그의 팔을 떼어내고, 우리는 손을 마주 잡고 안으로 들어가. 사랑을 나누고, 너를 가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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