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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베어스(자파르 파나히 감독), 경계에 대하여

by 55도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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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입니다. 

뉴욕타임스에서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었고, 평론가/관객 모두 평점이 고르게 높더라고요. 

 

정말 오랜만에 압구정 CGV에 갔습니다. 영화 본 날 눈비가 날렸는데 역에서 가까워서 좋았습니다. 재즈바 디바 야누스가 이 쪽으로 옮겨서 공간을 같이 사용하더라고요. 반가웠습니다. 

 

목차
1. 한줄평
2. 줄거리
3. 감상평
4. 관련 추천영화: 다음소희(왓챠,넷플릭스,웨이보,쿠팡플레이 감상 가능)

 

1. 한줄평

 

  삶과 죽음, 영화와 현실, 국가와 국가, 촬영과 윤리 그 경계에 대하여. 

 

 

2. 줄거리

자파르(감독) - 자파르 파나히
촌장 - 나세르 하세미
간바르(집주인) - 바히드 모바셰리
박티아르(배우남) - 바크티야르 판제이
자라(배우여) - 미나 카바니

 

  총 2개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며 진행됩니다. 

 

  하나는 튀르키예. 영화 속 영화입니다. 한 커플이 위조 여권을 구해 유럽으로 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여권은 1개만 구해져서 이 둘은 함께 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란의 국경마을. 출국금지조치 때문에 화상통화로 영화 속 영화를 찍는 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이란의 시골의 독특한 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3. 감상평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았습니다. 배경은 낯설고 소재는 무겁지만, 주제는 보편적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리듬이 좋아서 러닝타임이 금방 지나갑니다.

 

  '영화 속 영화'의 촬영 과정과 낯선 마을에서 감독이 겪는 경험이 교차되며 보입니다. 플래시백 없이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매끄럽게 나아갑니다. 

 

  처음에는 이란의 국경마을에서 감독에게 벌어지는 사건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낯설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겹고 소박한 환경을 화면으로 잘 담아냅니다. 집주인인 간바르는 감독에게 친절을 베풀고, 간바르의 어머니 역시 좋은 차를 대접합니다. 하지만 감독 부탁으로 간바르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마을 사람들의 미묘한 적대감이 담겨있습니다. 감독은 당국의 출국금지로 격리되어 있어, 튀르키예에서 진행되는 자신의 영화 촬영을 국경 마을에서 감독하는 중인데 아무래도 물리적 거리가 있어서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약스포)

 

  감독은 틈틈이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는데, 그 사진이 문제가 됩니다. 탯줄을 자르며 혼인을 약속하는 마을의 전통에 따라 결혼하기로 되어 있던 남녀 중 여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감독이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돕니다. 당사자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사진을 달라고 하거나 삭제하길 요청합니다. 찍지 않은 사진을 두고 벌어지는 공방전. 잠시 부조리극처럼 관객마저 헷갈릴 정도로 아무도 그 사진이 없음을 믿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촌장이 맹세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릅니다. 

  튀르키예에서는 계속 영화를 촬영합니다. 고문과 추방 이후 무려 10년이나 튀르키예에 있었다는 자라. 그녀의 남자친구인 박티아르는 위조여권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밀수꾼과 거래를 시도하는 장면에서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상황인가. 겨우 구한 위조 여권으로 탈출하려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자라는 촬영을 멈추고 화를 냅니다. 이 때서야 관객은 배우들의 상황이 실제라는 점을 알게 되고, 이야기는 급진전됩니다. 박티아르는 자라라도 먼저 떠날 수 있도록 거짓말을 했고, 이 거짓말을 위해 영화 스탭 전체를 속인 겁니다. 

 

  자라는 떠나고, 박티아르는 슬퍼합니다. 박티아르가 원하지 않지만 이 과정을 감독은 찍습니다. 그리고 젊은 여성이 바다에 빠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티아르와 확인하는 장면에서도 여전히 촬영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카메라에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게 합니다. 찍을 수도 안 찍을 수도 없는 감독의 고민이 드러납니다.

 

  한편 이란에서의 특히 차량 내에서의 숏의 구성은 불안하고 아찔합니다. 밀수꾼의 도로에서도 마지막 혁명수비대를 피해 떠날 때도 역시 그렇습니다. 떠나던 중 국경을 넘어 도망치던 커플 중 남자가 총에 맞아 마을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게 되었고, 감독이 차를 멈추며 영화가 끝납니다. 이 장면에서 감독 역할을 감독 스스로 한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감독이 이후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보이는 간바르의 솔직한 친절은 영화를 희망적으로 보게 합니다. 


  중간에 만난 남자의 말. 곰은 없지만 두려움은 사람들을 통제하기 쉽게 한다. 그래서 제목은 노베어스입니다. 하지만 그 남자가 조금 전 곰이 있다고 거짓을 말한 사람이라니, 결국 아무것도 믿을 수 없습니다. 

 

 

4. 관련 추천영화

   

  영화 다음소희. 사회의 부조리를 다루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하나의 극영화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덕분에 부조리함도 이야기도 모두 오래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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