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 <스펜서>의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칠레의 블랙코미디 영화. 공작(el conde)를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였습니다.
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오스카 최우수촬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오스카 촬영상은 오펜하이머에게 주어졌습니다.)
다이애나비에 대한 영화였던 <스펜서>를 봤었는데, 상당히 묵직하고 힘있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감독입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도 좋았고, 인상적인 음악, 의상에도 꽤 공을 들인걸로 기억합니다.
(약 스포)
무상함 조차 무력한 절대권력
흑백영화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시작하면 뭔가 눈을 뗄 수 없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나레이션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흡혈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너무 긴 삶에 지친 흡혈귀(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그 동안 쌓은 부를 부인과 자식들에게 나누어주고 죽을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자들의 삶처럼 그 역시 마음대로 삶을 끝낼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그에게 몰래 조금씩 피를 섞여 먹이고 있었던 거죠. 결국 그를 이용하고자 하는 그의 부인과 자녀들에 심복까지 모여 한바탕 소동극이 벌어집니다.
그래도 살아있다는 건 좋은걸까요. 아무런 의욕도 없던 그에게서 재산을 훔치기 위해 회계사로 변장한 수녀에게 사랑에 빠집니다. 다시 젊음을 찾기 위해서는 젊은 여자의 심장이 필요합니다. 약간의 스펙터클이 있을 법도 한데 그는 거대한 힘과 권력을 가진 자답게 그저 붕 날아서 자기 물건을 찾듯 심장을 얻고 젊음을 되찾습니다. 무상함조차 무력한 절대권력.
수녀 역시 원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거의 평생을 함께하며 나쁜 짓을 했던 아내는 흡혈귀로 만들어주지 않았던 그는 사랑에 빠진 수녀를 하루만에 흡혈귀로 만들어 줍니다. 흡혈귀가 되어 처음으로 나는 수녀의 모습을 어색한 듯 아름답고 신비하며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아무런 스펙터클 없이.
이야기는 다시 원점입니다. 힘을 나눠 준 피노체트, 힘을 받은 수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아닙니다. 다시 소동극 형태로 돌아갑니다. 영화는 이야기나 어떤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원점으로 돌립니다. 결국 칠레 내에서 그의 아내와 자녀와 심복이 각각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박 터지게 싸웁니다.
하지만 다 소용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흡혈귀는 자기가 힘을 나눠준 흡혈귀보다 강했고, 피노체트는 영국의 옛 수상 대처의 아들입니다. 대처가 나타나며 소동은 일단락되고, 결국 대처와 피노체트는 거대한 힘과 권력을 가진 자답게 아무런 스펙터클 없이 그저 원하는 것을 얻습니다.
영화는 알리고 싶은게 있으면 남자에게 말하고, 이루고 싶으면 여자에게 말하라는 대사와 함께 끝납니다.
아무래도 칠레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안다면, 훨씬 재밌게 봤겠지만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거기에 권력자의 힘, 권력자의 무심함이 건조하게, 하지만 섬뜩하게 잘 표현된 영화입니다.
감사합니다.
<출연>
하이메 바델 -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역
글로리아 뭉크메예르
알프레도 카스트로
파울라 루크싱헤르 - 수녀역
카탈리나 게라
마르시알 타글레
암파로 노게라
디에고 무뇨스
안토니아 세헤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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