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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by 55도 2024.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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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도 상당히 재밌게 읽고 영화도 감상했는데, 이번에 오만과 편견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18세기부터 현대까지 영국의 가장 대표적이고, 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작가로 꼽힌 제인 오스틴(1775~1817)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이라고 합니다. 단지 대중적인 범주를 떠나, 생생한 인물묘사와 다양한 인간군상을 잘 담아내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의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끊임없이 영화/드라마화되고, 그때마다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었습니다. 
 
번역: 전승희
출판: 민음사
발행: 2009.01.20.
쪽수/무게/크기 : 560쪽708g132*255*35mm

민음사세계문학전집88
소설 오만과 편견 표지



처음엔 주인공격인 둘째 엘리자베스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점점 제인의 신중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상당히 모던한 인물입니다. 활달하고 독립적이며 지적인 성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입니다. 하지만 친구 샬럿에 대한 편협한 태도를 갖거나 위컴의 그럴듯한 행동에 속는 등 입체적인 인물이자 이야기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만큼 현대적이고 생생한 인물입니다.

제인은 처음에는 고전적인 여성상이 아닌가 싶은데 읽다 보면 어떤 면에서는 엘리자베스보다 더 현대적입니다. 알 수 없는 인간이란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판단을 유보합니다. "수학의 명제가 현실에 관한 어떤 설명을 제공하는 한 그것은 불확실하며, 명제가 확실하다면 그것은 현실을 묘사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제인의 인간에 대한 태도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떠오르게도 합니다.

그 외에도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가 너무 생생하면서도 재밌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인간들이라면 어른들에게는 어떤 인간형을 분별하고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이 그렇잖아, 왜. 알 가치가 없는 것만 가르칠 수 있는 주제에, 한사코 가르쳐주려고 드는 거.

오만과 편견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사입니다. 사람들이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고전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재밌는 문장들 발췌>

"그럼 내 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스무 명이 되면 한꺼번 에 다 방문하겠소이다.”
베넷 씨는 재기, 냉소적인 기질, 내성적 성격, 변덕 등이 워낙 기묘하게 뒤섞여 있는 사람이라, 23년을 겪어보고도 그의 부인은 남편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제인이 내일 그분과 결혼해서 행복해질 확률이나 열두 달 동안 그분 성격을 연구한 뒤에 결혼해서 행복해질 확률이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 결혼에서 행복이란 순전히 운에 달려 있어. 서로의 취향을 아주 잘 알거나, 혹은 서로 아주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둘의 행복이 더 커지는 건 결코 아니야. 취향이란 건 계속 변하게 마련이라 나중엔 누구든 짜증이 날 만큼 달라 지게 마련이야.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의 결점은 될수록 적 게 아는 것이 더 나아.

"우리 애들이 어리석다면, 그걸 알고는 있어야 하니까."

겉보기엔 겸손해 보이는 것도 때론 단지 무성의일 뿐이거나, 혹은 간접적인 자기 과시기도 하니까.
(자네 글은)"간접적인 자기 과시지. 실은 자네는 글을 아무렇게나 쓰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든. () 그것이 멋있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대단히 흥미로운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떤 일이든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그런 능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실행 과정의 불완전함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마련이지.

베넷 씨의 기대는 충족되었다. 친척은 기대한 만큼 우스꽝스러운 사람이었다. 베넷 씨는 아주 재미있어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는데, 그러면서도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고, 가끔 엘리자베스에게 눈길을 주는 것 외에는 그런 재미를 나눌 친구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제가 이성적으로 따져봐도 깊이 성찰해 봐도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사랑에 입각해 청혼하는 거라고 믿게끔 당신의 비위를 맞춰드렸더라면, 이런 신랄한 비난은 안 나왔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저는 어떤 종류의 가식도 혐오합니다.

조바심치며 기대했던 일이 일어나더라도 예상한 만큼의 만족을 오롯이 얻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진짜 행복의 출발점으로 다른 시기를 지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소망과 희망이 이루어질 그 시점을 정하고, 다시 그것을 기대하는 즐거움을 누림으로써 현재의 자신을 위로하고, 또 다른 실망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평생토록 저는 원칙에서는 아닐지라도 현실에서는 이기적인 인간이었어요. 어린 시절에 옳은 것이 무엇이라는 가르침은 받았지만, 제 성격을 고치라는 가르침은 못 받았어요. 훌륭한 원칙들을 가지게 되었지만 오만과 자만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실행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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