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장 주네의 도둑 일기를 읽었습니다. 장 주네는 첫 소설 『꽃의 노트르담』(1942)으로 장 콕토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후 장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의 도움을 받으며 창작의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민음사에서는 "부랑자, 거지, 좀도둑, 동성애자. 출신부터 남다른 작가 장 주네가 쓴 자전적 소설"로 이 소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배경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불안정한 상태의 유럽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상당히 읽기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지만 전체적인 줄거리가 있는 사건을 다룬 것도 아니고, 시간의 흐름도 뒤죽박죽이어서 끝까지 읽는데 꽤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추천하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주제 의식과 자기만의 서술 방식이 있는 인상적인 소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나는 도둑놈에게도, 배반자에게도, 살인자에게도, 사악한 자에게도, 교활한 자에게도, 당신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심오한 아름다움(구멍 뚫린 아름다움)이 있음을 인정한다.
<개요>
원제: Journal du voleur
글: 장 주네
옮김: 박형섭
출판사: 민음사
발행일: 2008년 8월 20일 | ISBN 978-89-374-6184-2
패키지: 반양장 · 변형판 132x225 · 428쪽 | 가격 11,000원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184
<인상 깊은 내용들 발췌>
나는 묘한 행복감에 빠졌다. 일종의 해방감에 마음이 가 벼워졌고 침대 위에 누운 몸이 묘하게 떨려 왔다. 그것은 배반 행위였을까? 나는 방금 불순한 동료애에서 과감하게 벗어났다.
나를 경멸하는 당신들의 삶은 비참한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대들은 결코 나와 같은 자각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자각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어떤 행동들은 증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그들이 증명해 보여 줘도. 나는 단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노래를 통해 그 행동들이 아름다운 것인지 혹은 우아한 것인지 판단할 것이다.
나는 가장 희귀한 운명 속에서 인생을 마치기를 원한다.
작품이 가장 큰 절망 속에서 활력을 요구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면, 시인은 그러한 노력을 기도하기 위해 인간을 사랑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성공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작품이 자기 내부에 괴물처럼 매몰되어 있는 인간의 외침이라면, 사람들은 그런 심각한 작품을 멀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창조하는 일은 전혀 경박한 놀이가 아니다. 창조자는 무서운 모험에 몸을 던진다. 언제든 창조물들에 의해 야기될 위험을 스스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랑 없는 창조란 상상할 수 없다.
모든 창조자는 자신의 인물들에게 자의적 판단, 즉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권한을 부여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그들이 선을 택하기를 바란다. 이는 모든 연인이 상대로부터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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