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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공연,전시,영화, 책 )/책

소설 복자에게, 김금희 작가

by 55도 2024.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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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스타벅스 펭귄북스 인터뷰를 보고 다시 읽고 싶어져서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하나의 삶을 관통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또 생각해본다. 당연한 일인데 잊고 살게 된다. 누구에게나 우연히 비극적인 사건들이 생길 수 있단걸.

“우리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병이라도 들면 어쩔 텐가? 얼마나 경계하며 사는지! ‘이 길이 유일한 길이야’되뇐다.” 라는 <월든>의 문장이 생각난다.

안전하게 지키는 삶이 아니라 섞이고 느끼는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순전히 내 맘이고 당연히 소설은 훨씬 섬세한데까지 나아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한 문체가 아픔을 정직하게 전한다.



<인상 깊은 문장들>

홍유가 말하자 내가 코트 주머니에 손을 꼭 넣은 채 "어차피 그런 것도 다 자연인데요" 했다고. 홍유는 바로 그 말을 듣고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때 손절했어야 하는데, 하는 홍유의 말이 농담이 아니 라는 걸 안다.
아파 보여서 그럴 수가 없었네, 하는 말도.

이선 고모를 욕하던 어른들은 공사가 끝나자 그런 일들을 잊어버렸다. () 하지만 정작 그 것을 목격한 아이들은 그 일을 잊어버리지 못했다. 마치 어른들의 감정싸움을 대리하듯이 복자와 나의 관계는 끊임없이 나빠졌다. 그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른들 같은 기만의 기술이 없었고 한 번 받은 상처를 아무렇지 않은 듯 포장하는 기술도 없었다.
잃어버린 친구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도 알지 못했다.

나는 그냥 네 얘기를 아무데서나 하는 게 아까워

제주 속담에 '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느니 바다로 간다'는 말이 있다. 복자네 할망에게 들었지.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 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

그도 그런데 우리 할망이 물질을 오래해서 귀가 안 좋았잖아. 그래서 크게 크게 소리를 질러서 말할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보면 마냥 우울하고 슬플 수가 없었어. 할망! 나! 슬! 펏! 저! 소리치고 나면 슬픔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듯하고 그냥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면 괜찮은 듯하고.

나는 차로 갔다가 다시 복자에게 돌아가서 너. 하고 부 른 채 얼굴을 바라보다가 잘 지내 하고는 돌아서 차를 탔다. 나는 그때 복자가 나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더 아팠다. 상처가 깊은 사람에게는 누군가를 믿을 힘이 없다는 것. 눈으로 보이지 않는 편까지 헤아려 누군가의 선의를 알아주기 힘들다는 것까지는 나 역시 헤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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