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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외 3권 감상기)

by 55도 202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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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반갑고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기분 좋은 일이지만,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당연히도) 한강이 단번에 우리나라 최고의 소설가가 되는 건 아니라고 (나한테도, 모두에게도) 생각한다. 좋은 작가임을 보증하며, 꼭 한번 읽어보라는 의미로는 너무나 공감합니다. 

 

좀 되긴 했지만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와 단편<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을 읽었는데 간단한 감상기를 남겨봅니다. 

 

한강-노벨상-표지-작별하지않는다

 

1.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한참 다른 소설은 읽을 생각을 못했습니다. 4.3사건을 다루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사서 한참을 묵혔다가 최근 제주도에 갈 일이 생겨서 꺼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설을 반 정도 읽고 제주에서 4.3기념관에 들렀고, 그 뒤 나머지를 읽었습니다.

 

예상대로 충격이었습니다. 해방과 함께 제주도에 닥친 엄청난 일들. 잘잘못을 가릴수야 있겠지만,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건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계속됩니다. 각종 숫자들과 과정, 원인과 분석이 포함된 "역사" 라는 학문적 틀로는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일을 작가는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항상 유약하고 겁먹은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있는 영화감독이 우연히 어머니의 삶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 과정을 4.3 사건을 취재하다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삶이 무너진 작가가 함께 하게 됩니다. 

몇가지 충격적인 묘사를 통해 작가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얇게 덮힌 눈으로 알아볼 수 없게 된 사체를 하나씩 하나씩 찾아내야 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죽지 않은 막내에게 손가락을 물려준 이야기를 어떻게 잊겠는가. "작별하지 않는다."는 기억에 관한 소설입니다. 

원인을 발견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은 마치 아이스크림 한 그릇에 대한 칼로리를 알았다고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 무력합니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연민을 느끼게 하고나서 무력하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국가가 혹은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더 나아가 우리는 그 야만성을 얼마나 모르는지 그저 망연히 생각해봅니다.

 

 

 

2.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

눈을 맞으며 나타난 소녀. 수행승들은 그녀를 재웠어야 할까.

머리에 눈이 녹지 않는 시간 밖에서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까다롭고 유난하고 피곤한 선택들로, 그러나 자신으로선 다른 방법을 생각해낼 수 없었던 유일한 선택을로 이루어진 것이 그녀의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 본문 중

"예민하고 소소하고 조그만 사람들이 마주해야 했던 윤리적 선택에 대해 더듬더듬 말하고 싶었습니다."

- 황순원 문학상 수상소감 중

3. 소년이 온다. 


눈물이 너무 흘러 겨우 읽었습니다.

한 챕터만 읽고 도저히 읽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내려놓은지 몇 달만에 겨우 다 읽었습니다. 

인권이라는 게 얼마나 어렵게 얻은건지, 또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얄팍한 내 기준으로 뭘 알 수 있을까만은 채 피지도 못하고 죽은 이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4. 채식주의자

 

마지막 챕터 "나무불꽃"의 담담한 고백이 마음에 와 닿았다.

 

고기만 안먹으면 그 얼굴들이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이제 알겠어요. 그게 내 뱃속 얼굴이라는 걸.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이라는 걸.

용서하고 용서받을 필요조차 없어. 난 당신을 모르니깐.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이 아니하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인을.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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