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저자: 캐롤라인 냅
번역: 김명남
출판: 바다출판사
발행: 2020.09.04.
상당히 많은 에세이가 있지만, 이 책은 좀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마냥 독자가 읽기 편하게 이야기들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나도 너와 같아"라고 말하기 위해 같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을 숨기지 않고, 저자는 잘난 점도 못난 점도 그대로 정면으로 독자를 마주합니다. 사실 그렇게 오픈하고 나면, 사람은 다 다르죠. 그 덕분인지 20년의 시간을 넘어 아직도 읽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식증과 알콜의존증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지만 수줍음에 대한 통찰이 가장 신선했습니다.
아래 일부 발췌한 글을 보시면 책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일부 발췌>
사치와 안도감이 있다는 것도, 엄청난 자유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가 잠시 벗어난 시간과 혼자 있는 시간을, 쉴 시간과 빈 시간을, 고독과 고립을 헷갈리고 있다는 것도 안다. 마치 내가 일하지 않는 동안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가 늘 분명하거나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아니며, 두 상태가 늘 배타적인 것도 아니다.
'네 삶에 다른 사람들은 별로 필요 없어, 너도 알잖아. 넌 혼자로도 완벽하게 괜찮아. 이것은 자족감으로 가장한 두려움의 목소리, 독립성으로 가장한 고립의 충동이다.(불안감,실망에 대한 예감)
수줍어하는 미소를 띤 채 남들의 기분을 맞춰주고자 하는 태도를 최대한 실행해 보였다. 제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보셨어요? 사실은 단 한 번도 통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들의 부모님은 보통 나를 무심하고, 쌀쌀 맞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보았다.
수줍음이 곤란한 것은 수줍어하는 사람에게도, 그와 소통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수줍음은 다른 특징들과 섞여 있고 -그리고 종종 다른 특징들에 가려져 있다.-이것이 수줍음이 헷갈리게 느껴 지는 한 이유다. 수줍어하는 사람 본인에게는 수줍음이 자신의 행 동을 결정하는 가장 지배적인 성격적 특질로 느껴질 테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 사실이 늘 그렇게 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냉혹한 진실인바, 수줍음을 타는 사람들은 함께 있기가 힘들 수 있다. () 스스로는 남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느끼거나 남들을 두려 워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어떤 괴로움에 대해 서든 손쉬운 해법이 있으리라고 여기고 찾아보는 것은 20세기 고유의 시각이자 소비자 문화의 본질적인 측면. 우리가 깊은 갈망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배운 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공허한 곳을 채 우렴. 행여 네게 외로움과 부족감과 불만이 있다면, 그런 감정을 싹 사라지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네 바깥에서 찾아보렴. 우리 사회는 그런 충동에 대 한 손쉬운 해법을 제공하는 데 대단히 능했다. 그저 적당한 식단을, 적당한 옷을, 적당한 커리어를,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했다.
나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에너지와 헌신과 정직함 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늘 알았지만, 우정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황당하게도 오랜 시간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수록 삶이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라 더 쉬워진다는 신화를 믿으며 자라는데, 나이 드는 부모의 모습만큼 그 믿음이 사실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것은 많지 않다. 실제로는 우리가 나이 들수록 잃은 것이 많아진다. 점점 더 크고 버거운 과제가 나타난다. 실수를 되돌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기타 등등 중 하나가 실제로 필요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언젠가 이게 필요할 수도 있어. 언젠가 이게 그리울 수도 있어. 언젠가 유행이 돌아와서 이걸 다시 입고 싶어질 수도 있어. 물건을 버리기가 어려운 것은 그것이 꼭 선택지를 도려내는 것처럼.
내 친구 제인은 치마를 입지 않는다. 치마를 입으면 자신의 "볼링 챔피언 종아리"가 드러난다는 이유로. 제인의 동 중 한 명은 칼라가 달린 셔츠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머리와 얼굴이 거대해 보인다"는 이유로. 나로 말하자면, 아침에 머리를 손질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머리카락이 최소한의 볼륨도 없이 너무 착 늘어지면, 그날은 "물개 머리"로 집을 나서야 한다.
여자들은 신체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면에 대해서 왜 이렇게 까다로울까? 왜 우리는 작은 문제를 과장해서 어마어마하게 부풀릴까? 목, 무릎, 어깨, 배, 허벅지, 눈. 여성 의 비평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작거나 하찮은 신체 부위란 없다. 그리고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고 느끼는 부위를 발견할라치면 그것을 특수한 현미경으로 조사하여 엄청나게 크게 확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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