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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짧지만 강렬한!

by 55도 2025.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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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민음사 시리즈, 세계문학전집 266  

글 알베르 카뮈 | 옮김 김화영
출간일 2011년 3월 18일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 태생의 프랑스 작가 입니다. 이방인은 1942년에 발표되었으니,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프랑스에서 어떻게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놀랍기만 합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다소 독특한 인물입니다. 단순히 그를 외면적으로만 바라 본다면 무엇인가 결여되어 있는 인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일관되게 사람들의 기대에 반응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감정에 냉철할 정도로 충실합니다. 

 

마리와의 관계나 직장에서의 행동,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뫼르소의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2부로 넘어가면서, 소설의 농도는 한결 농밀해집니다. 상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소송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뫼르소의 내용은 부조리극에 가깝지만 소설은 이 이야기를 정면으로 차분히 그려냅니다. 

 

. "그렇지만 오늘 당장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장차 언젠가는 죽어요. 그때 가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될 거예요. 그 무서운 시험을 어떻게 감당할 건가요?" 나는, 내가 지금 감당하고 있는 것과 꼭 같은 방식으로 그 시련을 감당할 거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눈을 똑바로 쳐 다보았다.()그리고 역시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당신은 그럼 아무 희망도 갖지 않나요? 죽으면 완전히 죽어 없어진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건가요?" 나는 "네" 하고 대답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강렬해지고, 신부와의 위 대화는 이 소설 전체를 압축합니다. 

 

"삶과 죽음, 부조리한 세상 ―영웅이기를 거부하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순교자 뫼르소"

 

- 본문 일부 발췌


그 결과 몇 주일이 지나자 내 방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꼽아 보는 것만으로도 여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처럼 깊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소홀히 했던 것, 잊어버렸던 것들을 더 많이 기억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나의 의견을 묻는 일 없이 나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로막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대체 누가 피고인가요? 피고인이 된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내게도 할 말이 있어요." 그러나 깊이 생각을 해보면, 내겐 할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었다.

기계는 그것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과 같은 높이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마치 어떤 사람을 만나러 가듯이 가다가 그 기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따분한 점이었다. 단두대를 향해 올라간다면,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이라면 그 방향으로 상상력이 뻗어 갈 수가 있었다.

그건 명백했다.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서른 살에 죽느냐 예순 살에 죽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둘 중 어떤 경우가 됐든 당연히 다른 남자들과 다른 여자들은 살아갈 것이고, 수천 년 동안 그럴 것이다. 요컨대 이보다 더 명백한 것은 없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 했다. 엄마가 왜 한 생애가 다 끝나 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다시 시작해 보는 놀음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뭇 생명들이 꺼져 가는 그 양로원 근처 거기에서도, 저녁은 우수가 깃든 휴식 시간 같았다.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에 그곳에서 엄마는 마침내 해방되어 모든 것 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비워 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이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 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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