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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공연,전시,영화, 책 )/영화

[영화] 괴인. 이정홍 감독

by 55도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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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독특한 우리나라 영화입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신인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씨네21 2023년 올해의 한국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이동진 평론가는 두 번째 영화로 평가했습니다. 
 
영화가 영상, 음악 등을 통해 문화적 배경을 뛰어 넘어 감정이 전달이 되는 매체이기는 하지만, 문화적 배경 없이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만 웃게 되는 장면들이 있죠. 꾸준히 좋은 우리나라 영화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애국심이라기보다는 이기심입니다. 아무튼 영화 괴인은 이런저런 이유로 상당히 신선하고 재밌게 봤습니다.
 
<등장인물>
주인공 기홍 (박기홍)
주인집 남자 정환 (안주민)
하나 (이기쁨)
주인집 여자 현정 (전길)


제목에 착안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는 평들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요약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영화에 괴인이라고 할 인물은 나오지 않으니, 제목은 그저 맥거핀이 아닌가 싶네요. 정제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기보다는 이야기가 주는 이런저런 순수한 즐거움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스포)

피아노사장님과의 묘한 관계나 친구를 고용한 이야기들은 마치 감독이 주인공 주위를 재밌는 일 뭐 없나 기웃거리는 느낌입니다. 함께 기웃거리는 느낌도 나쁘지 않습니다. 뭔가 일이 생길듯말듯 하더니 봉고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나중에 알아채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재미있는 사건이 생깁니다. 이런저런 등장인물들을 지나 나중에 나타난 주인집 남자 정환(안주민 분)과 봉고 위로 뛰어내린 여자 하나(이기쁨 분)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되는 거죠. 특히 정환의 행동이 묘합니다. 엉뚱하게 입구는 따로지만 안에서는 통하는 집 구조. 요리를 해주겠다며 자꾸만 다가오고 심지어 봉고차를 망가뜨린 사람을 찾으러 같이 가주는 정환. 

뭐 이런 사람이 있니 싶지만 살다보면 꼭 한 번은 만나게 되는 유형입니다. 친절과 관심으로 포장된 간섭과 오지랖. 그런데 막상 그 안에 들어가면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귀찮지만 엉뚱하게 연결되는 재밌는 일들. 제인오스틴의 이성과 감성(sense & sensability)의 존과 그의 장모가 생각납니다.

결국 정환의 묘한 집요함이 이어져, 기홍은 봉고 위로 뛰어내린 (소녀티를 갓 벗은 홈리스인) 하나를 우연히 찾게되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탑니다. 극영화라기에는 이야기가 좀 약한 대신 현실에서 꽤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수리비 받기를 포기한 기홍은 하나를 집에 초대하게 되고, 어색하지만 솔직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하나의 등장에 자극받은걸까요. 그날 밤 현정은 기홍에게 다가갑니다. 둘은 술을 더 마시러 밖으로 나가고 하나는 기홍의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그 모든 사실을 정환이 알게 되며 영화는 끝납니다. 특이하게 관객이 몰입하는 시점에 영화가 끝납니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됩니다. 대체 저 부부의 관계는 뭘까, 어떻게 될까. 하나의 마음은 대체 뭘까 등등. 

 

영화 전반으로 보면 초반이 약간 어색하지만 차츰 템포를 찾습니다. 리듬감이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총총이"라는 표현이 절묘하고 재밌었습니다. 큰 감정적인 소모없이, 두뇌 활동에 대한 부담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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