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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의 주제 의식

by 55도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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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신작 장편소설로, 2021년 출판되었습니다. 

 

쪽수: 488쪽
원서(번역서)명/저자명 Klara and the Sun : A novel/Ishiguro, Kazuo

 

가즈오 이시구로는 국내에도 팬이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나를 보내지마 >가 <네버 렛미고>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면서 더 인지도를 높였죠. 캐리 멀리건과 키이라 나이틀리가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원작의 무게를 담아내진 못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매우 좋아합니다. <나를 보내지마>와 <남아있는 나날> 모두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이번 책은 일종의 SF 우화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주제의식 같은게 잘 드러납니다. 

 

 

1. 인간다움

-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합니다. 이 책에서는 클라라라는 AI로봇이 등장하고, <나를 보내지마>에서는 복제인간이 나옵니다. 인간이 만든 인간과 비슷한 존재들을 상정하고 비교하고 대조해 나가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조금은 보여줍니다. 

 

2. 캐릭터

- 가즈오 이시구로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커다란 담론을 담은 이야기를 하면서 거기에 함몰되지 않고, 도드라진 개성을 가졌으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도 조쉬, 조쉬의 엄마, 릭, 릭의 엄마, 조쉬의 아빠 등 등장인물 모두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3. 사랑이야기

- 사랑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특히 릭의 엄마가 벤과 만나는 장면은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벤의 선택 역시 씁쓸합니다. 작가가 사랑이란 감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쉬와 릭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속성을 한번 더 강조합니다. 하지만 릭의 대사(후반부)를 보면, 그래서 그만큼 사랑이란 감정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4. 선택

- 삶에서 내린 어떤 중요한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한번 뿐입니다. 후회로 가득한 선택일지라도 인간은 살아내기 위해 그 선택을 믿고 밀고 나아갑니다. 

 

 

물론 이렇게 번호로 나열해서 정리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시간되시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이지만 막힘없이 술술 읽힙니다. 

 

 

 

<발췌>

 

폴을 원망 안 해. 폴이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당연해.
샐한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폴은 위험을 무릅쓰지 말자고 했어. 조시를 향상 안 시키더라도 뭐 어떻냐고. 안 한 애들 도 많은데. 하지만 나는 조시한테 그럴 수가 없었어. 조시에 게 최고를 주고 싶었으니까. 조시가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랐 어. 이해하니, 클라라? 내가 다시 한번 걸어 보겠다 했는데, 그랬는데, 조시가 아파. 내가 내린 결정 때문에. 내가 어떤 심정일지 아니?"
"네. 안타깝습니다."
"너한테 안타까워하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네가 할 수 있는 한 애써 달라는 말이야. 그게 너한테 어떤 의미일지도 생각해 봐. 너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받을 거야.

내가 카팔디를 미워하는 이유가, 마음 깊은 곳에 카팔디 말이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카디의 주장이 실은 옳다고. 내 딸만의 고유한 무언가는 존재하 지 않는다고, 현재 기술로 파악해 복사하고 전송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과학이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 나도 마음 한구석에는 카팔디가 옳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 두려운 거야. 하지만 크리시는 나하고 달라. ()만약 그 순간이 오면, 클라라, 네가 아무리 네 역할을 잘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크리시가 아무리 믿고 싶어 하더라도, 아마 크리시는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크리시는 너무...구식이거든.

"조시의 메시지는 이런 거였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어떻게 되든 간에, 조시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했어요. 엄마가 자기 엄마여서 정말 고맙고 단 한순간도 아니길 바란 적이 없었다고.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어요. 향상을 택한 것에 대해서요.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걸 어머니가 아셨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다시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이번에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머니가 했던 것하고 똑같이 할 거라고 했고 어머니는 자기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엄마라고 했어요. 그런 말이었어요. 말씀드렸듯이 조시가 알맞은 때가 되기 전에는 전하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말씀드리기로 한 것이 옳은 판단이었으면 좋겠네요."

"내가 대학에 가서 향상된 애들하고 경쟁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어. 지금은 나도 나름의 계획이 있고 그게 최선이야. 그래도 그건 거짓말이 아니었어. 그리고 이상한 이야기지만 지금도 거짓이 아니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그러니까 내 말은, 조시와 내가 각자 세상에 나가서 서로 안 만나고 산다 해도 어떤 부분은,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늘 같이 있을 거라는 거야. 조시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세상에 나가면 항상 꼭 조시 같은 누구를 찾으려고 할 거야. 그러니까 절대로 속임수가 아니었어. 거기에서 네가 누구랑 거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도 내 마음 속, 조시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면 네가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겠지."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 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에게 계속 찾고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결정한대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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