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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웨일스 커넥션, 국립현대무용단

by 55도 202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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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연개요
 
지난 일요일 국립현대무용단의 웨일스 커넥션을 감상하고 왔습니다.  '23년 11월 24일~26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있었던 공연입니다. 
 
1부: 김보람 안무가의 카타초리
출연 사무엘 질로비츠, 질 고, 피에트로 마조타
작곡·음악감독 장영규
 
2부: 앤서니 멧세나 안무가의 캔드 미트
출연 공지수, 배소미, 손무경, 신혜수, 오정환, 오현택, 유동인, 임소정
음악 베스 르위스, 하비 버크 해밀턴
의상디자인 정호진
 
조명디자인 공연화
제작무대감독 조은진
 
처음 예매하면서 호기심이 생긴 이유는 한국의 안무가가 웨일스의 댄서와 웨일스의 안무가가 한국의 댄서와 협업을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언어가 같다고 완벽하게 의사소통이 되는 건 아닙니다만, 문화와 언어가 다른 안무가와 댄서가 서로의 생각을 어떻게 이해하고 몸으로 표현하는지 궁금했습니다. 나아가, '범 내려온다'로 잘 알려진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람의 작업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현대무용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건 빔벤더스 감독의 영화 '피나'(2012)를 본 뒤입니다. 안무가 피나 바우쉬에 대한 영화인데 다큐도 아니고 완전히 극영화도 아닙니다.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영화지만 그녀의 일대기나 재능 혹은 사생활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그녀의 작품에 집중하여 기존 공연의 장면들이 삽입되기도 하고, 새롭게 영상을 만들기도 하면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현대 무용의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2. 감상기 
 
일요일 공연이었는데 사람이 거의 꽉 차 있었습니다. 공연장이 사람의 몸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소극장이어서 더 신선했고,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된 적절한 조명과 무대효과도 공히 좋았습니다. 
 
 
<1부> 카타초리. 카타초리는 '보이지 않는 빛'이라고 합니다. 안무가 김보람은 보이지 않는 빛을 찾기 위해 필요한 감정은 자신에 대한 탐구와 신체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들은 무대에서 '카타초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몸으로 표현합니다. 
 
절제되고 파편화된, 무엇보다 몹시 불편해 보이는 단조로운 자세를 간헐적으로 반복합니다. 그 자세를 유지한 채 튀어 오릅니다. 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동작은 음악과 함께 반복되며 리듬감을 만들어 냅니다. 지루할 수 있는 반복을 몸을 치는 소리나 세 무용수의 미묘한 각도가 변주를 만들면서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안무가와 무용수가 함께 고른 의상이라고 합니다.
출처: 국립현대무용단 공식 인스타그램

 
이야기 없이도, 동작이 반복되면서 하나하나 추가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승전결이 느껴집니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무용수들이 웃으면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는데 그때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라이브로 연주됩니다. 이제는 진부해진 노래지만 새로운 맥락에서, 신선한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춤에 억지로 이야기를 끼워 넣지 않고서도, 그저 무용과 신체만으로도  감정이 움직이고, 감동하고, 또 즐길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준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2부> 캔드 미트. 이 공연은 조금 더 화려한 무대입니다. 음악도 무대효과도 모두 강렬합니다. 연극을 보는 것처럼 무용수들의 표정이 잘 드러났고, 때론 반복적으로 대사를 외치기도 합니다. 아주 인상적이 안무들이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극단적으로 유연한 모습, 폭발적인 동작, 여러 명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무대, 군무 등이 계속 이어집니다. 

출처: 국립현대무용단 공식 인스타그램

 
때론 기계처럼 사람의 몸을 움직여서 무섭기도 외롭기도 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희망적이기도 한 공연이었습니다. 
 
 
3일만 공연하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오랜만에 주변에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밀도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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